거제, 술 마신 뒤 업소 신고 '황당 10대' 경계령

경남 거제시에서 남의 신분증을 이용해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는 10대 청소년들의 황당한 자수 사건이 잇따르면서 애꿎은 업주들만 속앓이다.
 
25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1시50분께 고현동 소재 A 삼겹살전문점에서 남녀 10대 6명이 술을 마시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소주 4병과 음료수 3병, 삼겹살 등을 시켜 먹은 상태였다.
 
남의 신분증 이용해 출입
벌금·영업정지 당해
애꿎은 업주 억울함 호소
 
경찰은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술을 제공한 업주 B 씨를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흔한 사건 정도로 치부되는 듯 했지만 일행 중 2명의 뒤늦은 양심고백에 철없는 자작극의 전말이 드러났다. 

사건 발생 4일 만인 지난 12일, 거제 모 여고에 재학 중인 C 양과 자퇴한 D 양이 당시 자필 진술서를 들고 업주를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진술서를 통해 길에서 주운 신분증으로 업주를 속였다고 털어놨다. 또 B 씨에게 경찰에 신고한 장본인이 밖에서 대기 중이던 또 다른 일행이었다는 사실과 스스로 신고를 한 이유도 고백했다.

며칠 전, 또 다른 식당에서 동일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업주만 처벌받고 자신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풀려났는데 이번에도 식대를 치를 돈이 없어 그 때 수법을 재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깊이 반성 중이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철없는 행동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업주 B 씨는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뒤 빚을 내 어렵게 고깃집을 차렸다. 이들이 찾아온 날은 개업 3일째였다. B 씨는 벌금은 물론 거제시의 영업정지까지 덤터기를 써야 할 판이다. 

이들의 범행에 꼼짝없이 당한 또 다른 음식점은 이미 영업정지를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관할 행정기관의 2개월 영업정치 처분도 더해진다.

B 씨는 경찰과 거제시에“벌금은 어떻게 해결해도 영업정지를 당하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앞선 2명에 대해선 정상을 참작한다 해도 뒤따른 4명에 대한 신분증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유사 행위로 적발된 사례가 9건이다. 업주들 대부분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사실 관계가 성립된 이상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 업주 스스로 조심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출처. 부산일보 /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