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건강상태 등 참작하지 않고 형평성 어긋나 부당"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근무지 무단이탈 125시간, 출·퇴근 위반 32회, 무단출장 3일.
전남도 공무원 A(행정 7급)씨가 2014년 6∼8월, 석 달간 서울 파견 근무 중 벌인 비위 행위다.
A씨는 근무 중 상사의 허가도 없이 하루 1시간에서 최대 7시간까지 항암 치료 휴식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A씨가 자리를 비운 시간은 32일 동안 총 125시간에 이른다.
23차례 걸쳐 3분 또는 25분 늦게 출근했고, 9차례는 5분에서 50분 일찍 퇴근하기도 했다.
3일간 결재도 없이 출장을 다녀온 뒤 업무차 출장이었다고 뒤늦게 보고도 했다.
상사가 성실히 근무할 것을 명령했는데도 낮잠을 자거나 전화를 하며 사무실 분위기를 해쳤다.
전남도는 2014년 12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방공무원법 위반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했다.
그러자 A씨는 같은 건물 내 다른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근무지 이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징계 근거 서류에 CCTV 자료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며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정직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행정 1부(부장판사 박길성)는 A씨의 비위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참작 사유를 고려하지 않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전남도의 징계 근거 서류가 신빙성이 있고, 근무 중 상사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휴식을 취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A씨가 우울증과 암 투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동료와의 불화로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 등을 참작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출·퇴근 위반 시간, 무단출장 횟수도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징계 전력이 없고 1회 표창을 받은 사실을 징계 감경 사유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A씨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감독 소홀, 출장여비 부당 수령 등이 적발됐지만 훈계 처분에 그친 점을 들어 이들과 비교해 A씨에 대한 처분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7일 "A씨의 비위는 위반 횟수와 기간 등에 비춰보면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직은 견책·감봉보다 무거운 처분으로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지속하며 동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반성하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의 비위는 관행인 점, 액수가 많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며 "법원 결정을 받아들여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거나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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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