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심판 절차를 잘 모르고 면허자격 정지 기간 동안 환자를 계속 진료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가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A씨는 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일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기간 중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방사선사에게 환자 상처를 봉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적발돼 의사면허자격을 3개월간 정지당했다.
A씨는 복지부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동안은 환자 진료를 계속하기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처분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가 복지부 처분은 합당하다고 결론내리면서 A씨는 3개월 동안 진료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A씨는 다음 날에도 계속 진료를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중한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의사면허 취소는 가혹하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모두 A씨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 절차를 몰랐기 때문에 자격정지 기간 동안 환자를 진료한 것이지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행정심판 절자에서의 집행정지 효력에 관해서는 안내하지 않았다”며 “일반인으로서는 행정심판 절차에서의 집행정지 효력도 행정소송 절차에서의 집행정지의 효력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복지부의 행정처분 서류에는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시 주의사항’이 적혀있었지만 행정소송에 관한 언급밖에 없었다.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되면 집행정지 효력이 자동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항소(상고) 제기 전에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행정청의 경우 행정심판 절차에서 이뤄진 집행정지 결정이 정한 시기가 도래해 그 효력이 사라진 경우, 제재 기간을 다시 지정해 당사자에게 통보해주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계속 의료행위를 한 것은 행정심판 결과가 나온 후 집행정지 결정 효력이 소멸되면서 종전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한다는 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격정지 중임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의료행위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의사면허 취소보다 가벼운 1년 이내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A씨의 의사 면허 취소를 정지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고심 판결 선고하는 날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출처.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