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동행 고지안해 무죄된 사례
법원 “심리적인 압박 받았을듯…
불법체포 해당, 증거 인정어려워”
경찰이 음주운전 의심자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찰이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불법 체포에 해당하며 수집한 증거 역시 위법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 김영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유모(33)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유 씨는 지난 4월 3일 오후 11시30분경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세종시에서 서구까지 20㎞에 이르는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유 씨의 집을 찾아가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로 데려갔고, 유 씨의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15%의 수치가 나왔다.
유 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지구대로 데려갈 당시 임의동행에 대한 충분한 고지를 하지 않았고, 30분간 실랑이를 한 끝에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은 지구대 조사가 끝난 뒤 다시 유 씨의 집을 찾아가 임의동행동의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유 씨는 지구대 음주측정과 조사 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이 인정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경찰이 유 씨를 연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지구대로 동행하지 않겠다고 30분간 실랑이를 했는데 만약 임의동행과 관련한 자신의 권리를 정확하게 고지 받았다면 굳이 임의동행에 응했을지 의심이 든다”며 “경찰관들의 동행 요구에 불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지구대로 가게 됐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이어 “지구대 동행이 적법한 임의동행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위법한 동행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 능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출처. 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