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더라도 당사자 동의 없이 채혈을 했다면, 이를 근거로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박모 씨가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당사자 동의 없는 채혈은 위법하다”며 박 씨 측에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부산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채혈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 침해가 따르는 일이어서 운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채혈조사를 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기관이 운전자 동의 없이 채혈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압수 등에 해당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며 “예외적인 경우에도 사후에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2012년 10월 26일 오전 4시 25분경 경남 김해시 한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박 씨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의식을 잃은 박 씨의 혈액을 채취했고, 측정결과를 근거로 박 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1심은 “혈액채취가 위법하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혈액채취는 박 씨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면허취소는 적법”하다며 경찰 측에 승소 판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