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망사고 처리하다 스트레스로 자살…法 "업무상 재해"
"무리한 업무지시·징계해고…업무상 사유가 원인"
부하직원의 사망사고를 처리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임씨의 남편 신모씨는 LCD 검사장비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부장으로 일했다. 신씨는 지난 2014년 9월 중국 생산공장으로 출장을 갔고, 신씨가 없는 자리에서 직원 2명이 다투다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구속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신씨는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보고했다.
사고 이후에도 업무를 수행해온 신씨는 같은 해 10월 스트레스로 인해 당초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다. 하지만 회사는 신씨에게 중국 공안에 출석해 진술할 것을 지시했고, 신씨는 건강상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귀국한 신씨는 급성 스트레스로 인해 2~3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같은 해 11월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회사의 이미지를 실수시키고 회사에 경제적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신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했다. 회사의 징계처분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신씨는 끝내 자살했다.
임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신씨의 사망이 업무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임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신씨는 회사의 무리한 업무지시와 징계해고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정신적 고통과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인신능력, 억제력 등이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씨는 신속히 사고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지시에 따라 업무를 이행했다"며 "사고 후 건강 악화로 사고 수습을 위한 출장에 응하기 어려웠음에도 해고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사유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신씨의 성격 등 개인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신씨의 자살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