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장애자녀 부양 가장에 선처
법원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40대 가장에게 장애가 있는 자식들을 부양하는 데 있어 운전이 주요 생계수단인 점과 글을 몰라 면허 재취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면허를 돌려주라며 선처를 베풀었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강원도 정선에 사는 A씨(46)는 지난해 5월 귀갓길에 소형 화물차를 몰고 가다 길가의 돌에 부딪히는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음주운전이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해 글을 모르는 A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홀로 부양해야 하는 처지였다.
어렵게 면허를 따 임대 농지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농한기에는 연탄배달로 살림을 꾸렸기에 운전은 생계와 직결되는 수단이었다. 농지는 사는 곳에서 47㎞가량 떨어져 있어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을 할 수 없고, 연탄배달에도 차가 필수였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운전이 중요한 생계 수단일 경우 음주운전으로 받은 행정처분을 감경받을 수도 있지만, 이때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12%를 넘을 수는 없어 A씨에게 적용되기 어려웠다.
지난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한 행정심판이 기각되자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행정1부는 A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농사일을 계속 하려면 운전이 필수"라며 "문맹자라 운전면허를 재취득 하는 것이 일반인보다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인 0.122%는 취소처분 감경사유의 기준을 경미하게 초과한다"면서도 "원고의 생계에 미치는 불이익을 형량해봤을 때, 규정 위반 정도에 비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해 (경찰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출처.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