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험이 예견된 병사를 선임병들이 심한 욕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면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된다는 행정심판 재결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홍성칠)는 2011년 12월 군에서 사망한 A상병(당시 21세)의 아버지가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유족등록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사건에서 "서울남부보훈지청의 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중앙행심위는 "고인은 군 입대 전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고 군 인성검사 결과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정밀진단 요망 및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군이 'A급 특별관리대상 관심병사'로 분류하지 않고 '단순 복무 부적응자 C급'으로만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이 정기휴가 중에 자살을 시도한 이후에도 관리등급을 A급으로 상향 조정하지 않고 보직만 변경했고, 자살시도 사실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전문상담이나 치료 등의 적절한 사후조치 없이 방치했다"며 "군의 전반적인 관리·감독 부실과 고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중앙행심위는 "선임병들의 심한 욕설과 질책 및 다른 부대원과의 대화금지 강요 등이 특정 개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집중적·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를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직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은 사망 원인과 직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 수호·안전보장이나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의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는다. 보훈보상대상자는 국가유공자에 비해 각종 복지나 재정 지원에서 비교적 적은 혜택을 받는다.
중앙행심위 관계자는 "이번 재결에서는 군의 병사관리 소홀과 고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판단만을 내린 것"이라며 "개별적인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해당 여부는 보훈지청에서 다시 심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12월 육군에 입대한 A상병은 선임병들의 심한 욕설과 질책, 타 부대원과의 대화 금지 강요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11년 11월 자해를 시도해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한 달 뒤 숨졌다. A상병의 아버지는 지난해 2월 자신을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유족으로 등록해달라고 서울남부보훈지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보훈처가 "고인의 사망은 공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다"며 등록신청을 거부하자 2013년 10월 행정심판을 냈다.
출처.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