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죽은 사람의 자동차를 가져와 사용하고, 서류를 위조해 소유권을 자신 명의로 이전시켰더라도 마땅한 상속자가 없었다면 도로교통법상 차량 절취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지대운)는 죽은 동생의 차량을 절취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A씨가 경기도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처분의 부당함을 다투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동생 B씨가 죽은 후 7일이 지나서야 자동차를 가져와 사용했다"며 "이 같은 행위로 B씨의 자동차에 대한 점유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점유'인 물건 등을 '점유자 의사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해당 자동차는 B씨가 사망하면서 B씨 점유에선 벗어난 상태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B씨의 처는 가정불화로 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며 "자동차의 크기나 용도에 비춰 당시 만 2세에 불과했던 B씨의 딸이 상속인으로서 자동차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논리로 "자동차를 가져온 A씨 행위는 타인의 점유를 침해해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은 근거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A씨에게 절도죄로 유죄 판결이 선고돼 확정됐더라도 이에 관한 행정소송에선 형사 확정판결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을 뿐 '법률적 판단'을 달리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13년 4월 동생 B씨가 급사하자 어머니로부터 동생 차량 열쇠를 건네 받아 사용하고 위임장을 위조해 자신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록을 했다.
당시 사망한 B씨에겐 어머니가 키워주던 2살배기 자녀 외엔 국내 상속인이 없었다. 그러나 B씨를 떠나 해외에 체류하던 아내가 귀국해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A씨는 절도죄로 고소를 당했다.
경기도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 A씨의 행위가 타인의 차량을 훔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이 사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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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